[명예의 전당 ③] 노화 이정표의 통합: 분자 수준에서 사회적 결정요인까지 (Geromedicine 2025)

Hall of Honor III: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

논문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
López-Otín C, Kroemer G
Geromedicine. 2025;1:202507.
doi:10.70401/Geromedicine.2025.0007

분자에서 사회적 결정요인까지

2013년 발표된 The Hallmarks of Aging은 노화를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아홉 가지 핵심 과정으로 체계화하며 노화 연구의 공통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였다. 2023년 Hallmarks of Aging: An Expanding Universe에서는 자가포식 기능 저하, 만성 염증,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추가되면서 12개의 Hallmark로 확장되었고, 노화를 이해하는 생물학적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2025년 Carlos López-Otín과 Guido Kroemer가 발표한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는 이 흐름을 다시 확장한다. 노화를 세포와 분자의 변화에서 세포외 환경으로, 다시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적·환경적 조건까지 연결되는 통합적 과정으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14개의 생물학적 Hallmarks와 5개의 사회적 Hallmarks를 함께 제시하며, 이들이 개인의 노화 궤적과 건강수명을 형성하는 상호 연결된 결정요인이라고 설명한다.

2013년이 지도의 탄생, 2023년이 ​우주의 확장이었다면, 2025년은 노화과학의 지도가 ​분자생물학을 넘어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적 결정요인까지 포괄하게 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생물학적 Hallmarks를 넘어, 세포외기질(ECM)의 변화와 심리사회적 고립 및 정신질환이 하나의 노화 궤적 안에서 통합되는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ECM: 세포외 환경과 노화

2025년 논문에서는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변화를 포함한 14개의 생물학적 Hallmarks를 바탕으로,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과 사회적 결정요인의 연결을 더욱 확장한다. ECM의 변화와 심리사회적 고립은 같은 해 발표된 From Geroscience to Precision Geromedicine에서 각각 13번째와 14번째 Hallmark로 추가되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ECM의 점탄성은 전신적으로 감소하며, 이러한 변화는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의 손상, 조직 섬유화, 세포노화, 줄기세포 고갈과 연결된다. 세포를 둘러싼 물리적·생화학적 환경 역시 세포의 기능과 조직의 항상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장수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히알루론산 합성효소 2(hyaluronic acid synthase 2, HAS2) 유전자를 생쥐에 도입한 연구에서는 암 발생 감소와 근골격계 기능 개선, 건강수명과 수명 연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연구는 ECM이 세포를 지지하는 구조를 넘어 노화와 조직 기능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환경임을 보여준다.

사회적 결정요인을 노화 연구에 통합하다

2025년 논문의 핵심적인 변화는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을 생물학적 Hallmarks와 하나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연결하였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사회경제적 수준, 사회적 연결, 어린 시절의 역경을 비롯한 사회적 조건이 개인의 건강과 노화 과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논문의 Figure 1에는 14개의 생물학적 Hallmarks와 함께 5개의 사회적 Hallmarks가 제시된다. 이들은 서로 분리된 두 영역이 아니라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의 노화 궤적을 형성한다. 사회경제적 조건은 생활환경과 건강행동, 의료 접근성, 사회적 관계를 비롯한 여러 요인과 연결되며, 이러한 경험은 다시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통합은 사회적 조건을 생물학적 요인과 함께 개인의 노화 궤적과 건강수명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Psychosocial isolation에서 mental illness로

2025년 논문에서 특히 주목할 변화는 기존의 14번째 Hallmark인 Psychosocial isolation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 즉 ‘심리사회적 고립과 정신질환’​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이환율과 사망률,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와 연관되며 노화 연구에서 중요한 사회적 요인으로 다루어져 왔다. 이번 논문은 여기에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면서, 정신건강이 생물학적 노화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로임을 Hallmarks의 틀 안에 보다 분명하게 위치시킨다.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 자율신경계, 면역계와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치며 염증 반응, 대사 변화,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회적 기능, 생활습관과 회복탄력성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라는 명칭의 확장은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을 인간의 노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요소로 함께 바라보려는 2025년 논문의 방향을 보여준다.

올로스타틱 부하(Allostatic Load)와 엑스포좀(Exposome)

사회적·환경적 경험과 생물학적 노화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본 논문은 올로스타틱 부하(Allostatic Load)​엑스포좀(Exposome)​이라는 두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다.

Allostatic Load: 만성 스트레스가 축적한 생리적 부담

올로스타시스(Allostasis)는 외부 환경의 변화와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신체가 안정성을 유지하는 적응 과정이다. 스트레스 반응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내분비계, 면역계, 심혈관계와 대사계에 생리적 부담이 축적되며, 이를 올로스타틱 부하(Allostatic Load)​라고 한다.

열악한 생활환경, 지속적인 사회적 갈등, 부족한 사회적 지지,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과 같은 만성적 스트레스는 올로스타틱 부하를 높일 수 있다. 높은 올로스타틱 부하는 기능 저하와 다중질환, 생물학적 노화의 가속과 사망 위험 증가에 연관되며, 텔로미어 단축, 미토콘드리아 기능 변화와 후성유전학적 노화를 비롯한 분자 수준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올로스타틱 부하는 반복되는 삶의 경험이 여러 생리 시스템에 축적되면서 장기적인 건강과 노화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Exposome: 평생에 걸쳐 축적되는 환경과 경험

엑스포좀(Exposome)은 수정 이후 평생에 걸쳐 경험하는 환경적 노출의 총체를 의미한다. 처음에는 물리적·화학적 환경 노출을 중심으로 발전한 개념이지만, 현재는 대기오염과 유해물질뿐 아니라 영양, 신체활동, 수면, 사회경제적 조건, 인간관계와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엑스포좀은 개인이 살아오며 경험한 환경적·사회적 노출의 전체를 포괄하며, 올로스타틱 부하는 이러한 경험에 지속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신체에 축적된 생리적 부담을 설명한다. 두 개념은 삶의 경험이 생물학적 노화와 연결되는 과정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본 논문은 사회경제적·환경적·행동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한다. 불리한 사회적·환경적 노출은 분자와 세포 수준의 Hallmarks와 연결되어 노화의 속도와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와 지지적인 생활환경과 같은 보호요인은 회복탄력성과 건강수명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엑스포좀은 개인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을 함께 이해하는 통합적 개념이 된다.

사회적 개입과 건강수명

생물학적 Hallmarks와 사회적 결정요인의 통합은 건강수명을 위한 중재의 범위도 넓힌다. 저자들은 사회적 고립과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참여와 공정한 고용 기회를 확대하며, 녹지와 보행 친화적인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사회적·환경적 개입을 제시한다. 수면과 영양, 신체활동의 개선, 스트레스 관리와 폭력·차별을 비롯한 사회적 유해요인의 완화도 이러한 접근에 포함된다.

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로 Hallmark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정신건강 역시 통합적 노화 관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연결과 지지, 스트레스 관리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환경은 정신건강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우울과 불안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일은 건강한 노화를 위한 의료적·사회적 돌봄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사회적·심리적 개입은 면역 기능, 전신 염증, 장내미생물과 세포노화 등 여러 생물학적 과정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신질환에 대한 특정 치료가 생물학적 노화를 직접 늦추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사회적·심리적 환경과 생물학적 노화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개인 수준의 중재와 공중보건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Precision Geromedicine으로의 확장

이러한 생물학적·사회적 정보의 통합은 Precision Geromedicine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개인의 노화 상태와 미래의 건강 궤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중오믹스 자료와 노화 바이오마커, 생활습관, 엑스포좀, 사회적 관계와 행동적 요인을 함께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개인마다 노화의 속도와 양상, 위험요인과 회복탄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차원의 자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분자생물학자, 사회과학자, 역학자, 데이터과학자와 정책입안자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공지능과 시스템 수준의 분석은 이러한 복잡한 자료에서 개인별 위험요인과 회복탄력성의 양상을 파악하고, 개인과 집단에 적합한 중재를 설계하는 도구로 제시된다.

궁극적으로 Precision Geromedicine은 한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과 그가 살아온 환경을 함께 이해하여, 개인마다 다른 노화의 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접근​이다.

맺으며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는 이미 확장된 생물학적 Hallmarks와 사회적 결정요인을 하나의 통합된 노화 프레임워크 안에서 연결한다. 세포외기질의 변화와 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를 포함한 14개의 생물학적 Hallmarks에 사회적 Hallmarks와 엑스포좀의 관점을 더하면서 인간의 노화를 보다 넓은 생물학적·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

특히 Psychosocial isolation이 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로 확장된 변화는 2025년 논문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은 개인의 삶과 건강을 형성하는 요소이면서 생물학적 노화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며, 이제 Hallmarks의 언어 안에서 보다 명시적인 위치를 갖게 되었다.

2013년 논문은 노화의 분자생물학적 기반을 체계화하였고, 2023년 개정판은 생물학적 Hallmarks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였다. 이어 2025년 논문은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을 하나의 통합적 프레임워크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노화 연구의 범위가 개인의 세포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과 삶의 환경을 함께 이해하는 Precision Geromedicine 개념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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