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노화] Human Toxicity: 사람도 사람에게 독성이 될 수 있는가?

When Social Stress Becomes Biological Stress

이 글은 Dr. Borja Bandera의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Carlos López-Otín 박사와의 인터뷰 『Investigador Top Mundial: Fórmula para Envejecer de forma ÓPTIMA, Dr. López-Otín』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긴 대화에서 López-Otín은 노화와 항상성(homeostasis), 호메시스(hormesis), 영양, 운동, 수면, 스트레스와 사회적 적응을 하나의 ‘건강의 방정식(Ecuación de la Salud)’으로 설명한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표현이 있었다. 담배, 알코올, 방사선, 산업 및 환경 오염과 같은 독성을 이야기하던 그는 또 하나의 독성을 꺼낸다. 바로 ‘인간의 독성(Human Toxicity)’이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독성은 새로운 의학적 진단명이나 정립된 학술용어는 아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 학교에서의 따돌림, 반복되는 모욕과 적대적인 관계처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만들어 주는 유해한 사회적 환경을 압축한 표현에 가깝다. 그러나 그 표현이 가리키는 현상 자체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Interview: Dr. Borja Bandera with Carlos López-Otín, Investigador Top Mundial:
Fórmula para Envejecer de forma ÓPTIMA, Dr. López-Otín

유해한 사회적 환경에서 편도체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심박과 수면, 혈관·면역 신호의 변화가 나타나고, 긍정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생리적 반응이 회복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사람도 사람에게 하나의 환경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본래 나쁜 것이 아니다. 위험을 감지하면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 axis)이 활성화되고, 코르티솔을 비롯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우리 몸은 위험에 대처할 준비를 한다. 위험이 사라진 뒤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면 정상적인 생리적 적응 반응이다.

문제는 위험이 끝나지 않을 때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반복되는 괴롭힘, 지속적인 갈등과 모욕, 배제와 위협이 일상이 되면 몸은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자율신경계와 수면, 면역·염증 반응, 에너지 대사 등 여러 생리적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López-Otín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을 인상적으로 ‘분자 수준의 난파(naufragio molecular)’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나 갈등이 곧 질병을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강도와 지속기간, 개인의 취약성, 그리고 수면 부족, 운동 부족, 좋지 않은 영양과 같은 다른 요인이 오랜 시간 누적되는 과정이다.

연결의 부재만큼 중요한 관계의 질

사회적 관계가 건강과 관련된다는 사실은 이제 상당한 역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90개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 약 220만 명을 분석한 2023년 메타분석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모두 전체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되었다. 사회적 고립은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만이 아니다.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은 관계의 수와 빈도뿐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그 관계에서 안전과 신뢰를 느끼는지와 같은 관계의 기능과 질까지 포함한다.

이 지점에서 Human Toxicity라는 표현의 의미가 선명해진다. 외로움은 연결이 부족해서 생길 수 있지만, 유해한 관계에서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받을 수도 있다. 직장에 매일 출근하고, 학교에서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살아도 그 관계가 지속적인 두려움과 모욕의 원천이라면 사회적 연결의 양만으로 그 사람의 사회적 건강을 설명할 수 없다.

괴롭힘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 시절의 괴롭힘은 그 시기에만 머무르는 경험으로 보기 어렵다. 학교에서 반복되는 따돌림과 괴롭힘은 단순히 ‘기분 나쁜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해야 할 일상의 공간을 지속적인 사회적 스트레스의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의 괴롭힘 경험이 이후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본 장기 추적 연구도 있다. 1958년 영국 출생 코호트를 이용한 2024년 연구에서는 7세와 11세 때 전향적으로 기록된 괴롭힘 경험을 62세까지 추적했다. 어린 시절 괴롭힘 경험은 이후 성인기의 주관적 안녕과 노동시장 성과, 신체적 건강을 포함한 여러 장기적 결과와 연관되어 있었다. (Blanchflower & Bryson, 2024)

물론 이러한 관찰 연구가 성인기의 특정 질병을 어린 시절의 왕따 하나가 직접 일으켰다고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건강에는 유전적 취약성, 가정환경, 사회경제적 조건과 이후의 수많은 경험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배제를 단순히 ‘아이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충분하다.

학교는 성장기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환경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 환경의 일부다. 그렇다면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줄이는 일은 교육과 인권의 문제인 동시에, 성장기의 사회적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Human Toxicity에서 사회적 건강으로

López-Otín이 말하는 독성에는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담배, 알코올, 방사선, 환경오염과 같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독성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만들어 내는 사회적 독성이다. 전자는 이미 오랫동안 예방의학과 공중보건의 대상으로 다루어져 왔다.

후자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WHO는 2025년 사회적 연결을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세계적 공중보건 과제로 제시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건강과 안녕뿐 아니라 교육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와 정책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Human Toxicity가 WHO의 공식적인 의학 용어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López-Otín의 표현은 이미 축적되고 있는 사회적 연결과 건강에 관한 과학을 하나의 직관적인 언어로 보여준다. 사람도 사람에게 하나의 환경이며, 그 환경의 질 역시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친절도 공중보건이 될 수 있는가

Human Toxicity를 이야기하던 López-Otín은 뜻밖에도 아주 단순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Ser amable.” — 친절하라.

그는 서로에게 친절해지는 것을 인구집단의 건강을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친절 자체가 혈압 관리나 예방접종처럼 효과의 크기와 인과관계가 확립된 의학적 처방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은 충분히 과학적이다.

유해한 사회적 관계가 건강을 손상시킬 수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 역시 건강의 영역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공중보건은 이미 개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깨끗한 공기를 만들고, 흡연 노출을 줄이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듯이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안전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역시 건강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가장 작은 단위는 거대한 정책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대를 모욕하지 않는 것, 약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 직장과 학교에서 누구나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우리가 서로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환경의 일부다.

더 친절한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학교폭력과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사회적 문제다. 이를 피해자의 적응력이나 개인적인 성격의 문제로 돌리는 순간 Human Toxicity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지속적인 위협과 배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라면, 그 환경을 바꾸는 것은 개인에게 견디라고 요구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접근이다.

그렇다고 모든 갈등과 불편한 관계를 ‘독성’으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상대의 존엄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López-Otín이 건강의 방정식 마지막에 남긴 것은 새로운 약물도, 유전자 치료도 아니었다. 그는 “모두가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더 친절한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건강수명을 만드는 환경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도 사람에게 하나의 환경이다. 그렇다면,
친절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가장 작은 공중보건 실천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환경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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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From loneliness to social connection: charting a path to healthier societies. Report of the WHO Commission on Social Connection.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5.
2. Wang F, Gao Y, Han Z, et al.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90 cohort studies of social isolation, loneliness and mortality. Nat Hum Behav. 2023;7(8):1307-1319. doi:10.1038/s41562-023-01617-6
3. Nielsen MB, Indregard AM, Christensen JO. Is there a bidirectional relationship between workplace bullying and the risk of sickness absenc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prospective studies. Work Stress. 2023;37(2):191-214. doi:10.1080/02678373.2022.2131808
4. Blanchflower DG, Bryson A. The adult consequences of being bullied in childhood. Soc Sci Med. 2024;345:116690. doi:10.1016/j.socscimed.2024.11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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