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노화과학 관점에서 바라보다 (JACC 2023)

Impact of Geroscience on Therapeutic Strategies for Older Adults With Cardiovascular Disease

논문
Impact of Geroscience on Therapeutic Strategies for Older Adults With Cardiovascular Disease: JACC Scientific Statement
Forman DE, Kuchel GA, Newman JC, Kirkland JL, Volpi E, Taffet GE, et al.
J Am Coll Cardiol. 2023;82(7):631–647.
doi:10.1016/j.jacc.2023.05.038

본 논문은 노화과학(Geroscience)의 개념을 심혈관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의 학술 성명서(Scientific Statement)이다. 노화생물학에서 축적된 근거와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심혈관질환을 노화의 생물학적 과정과 연결하여 바라보는 새로운 치료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Forman et al., 2023).

논문의 중심에는 중요한 관점의 전환이 있다. 심혈관질환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과 같은 전통적인 위험요인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노화와 함께 항상성을 유지하고 손상에 대응하는 생물학적 회복력(resilience)이 감소하는 과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Geroscience는 심혈관질환과 다중질환(multimorbidity), 노쇠(frailty)를 하나의 노화생물학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이들이 공유하는 노화 기전을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탐색한다.

전통적 심혈관 위험요인과 노화 관련 분자 손상이 생물학적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다양한 심혈관질환과 동반질환·노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노화과학 관점에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생물학적 회복력의 저하

노화가 진행되면 세포와 조직에는 다양한 분자 손상이 축적된다. 동시에 이러한 손상을 감지하고 복구하며 항상성을 회복하는 능력도 점차 감소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생물학적 회복력의 저하를 노화와 심혈관질환을 연결하는 중심 개념으로 제시한다.

유전체 불안정성, 후성유전 변화, 단백질 항상성의 소실,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세포노화와 같은 변화는 서로 연결되어 세포와 조직의 적응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가 축적되면서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진행뿐 아니라 다중질환, 노쇠, 장애(disability)의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중재는 여러 노화 관련 질환과 기능 저하에 함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진다. 노화에 따른 분자 손상과 회복력의 변화를 조절하여 만성질환과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것, 이것이 본 논문에서 Geroscience를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는 기본적인 논리이다.

심혈관질환과 Hallmarks of Aging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과 같은 전통적인 심혈관 위험요인은 노화 과정에서 축적되는 분자적 손상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 세포와 조직의 회복력이 감소하고,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진행뿐 아니라 다중질환, 노쇠와 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배경에는 Hallmarks of Aging으로 설명되는 여러 노화 기전이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세포노화, 단백질 항상성의 변화, 유전체 손상과 같은 기전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심혈관계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노화 기전의 조합이 심혈관질환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세혈관 기능장애, 심장 아밀로이드증, 동맥경직, 관상동맥질환, 심방세동,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등은 각각 관련되는 노화 기전과 현재까지 축적된 근거의 정도가 다르다. 심혈관 노화는 하나의 경로가 아니라 여러 노화 기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면서 다양한 임상적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Geroscience에서 Gerotherapeutics 의 시대로

본 논문은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을 조절하여 건강과 기능을 유지하려는 노화치료(Gerotherapeutics)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운동과 식이·열량 제한을 비롯한 비약물적 중재와 함께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아카보스(acarbose), NAD 전구체, 세놀리틱스(senolytics),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등 다양한 약물과 물질을 다룬다.

FDA의 승인을 받은 노화 표적 치료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저자들은 이 학술 성명서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할 중재를 다음 네 가지 기준에 따라 선정하였다.

  • 노화 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생물학적 근거
  • 노화의 기본 기전을 조절한다는 타당한 Geroscience 원리
  • 노화와 심혈관질환을 연결할 수 있는 심혈관질환과의 관련성
  •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적어도 초기 수준 이상의 근거가 확보되어 있을 것

마지막 기준은 Gerotherapeutics가 전임상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서 실제로 연구되기 시작한 중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는 초기 임상연구뿐 아니라 이미 더 진행된 임상시험과 대규모 연구가 존재하는 중재도 포함된다.

여러 노화 기전을 함께 조절하는 치료 전략

Gerotherapeutics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노화의 여러 기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중재가 이러한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여러 지점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사 조절, 염증, 미토콘드리아 기능, 세포노화와 같은 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공통 기전을 조절하는 중재는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노쇠, 근감소증, 인지기능 저하, 만성콩팥병 등 다양한 노화 관련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진다. 여러 만성질환이 공유하는 노화 기전을 조절하여 질환의 발생과 진행, 다중질환과 기능 저하를 함께 지연시키는 것이 Geroscience가 추구하는 중요한 치료 전략이다.

Gerotherapeutics의 근거 수준: 2023년 시점

본 논문에서 다루는 중재들의 근거 수준은 서로 다르다. 운동과 전통적인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는 이미 임상적으로 확립된 중재이며,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만성콩팥병과 당뇨병에서 강한 임상 근거를 축적해 왔다. GLP-1 수용체 작용제 역시 심혈관 및 대사질환 영역에서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임상적 성과는 Geroscience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에서 확인된 효과가 노화의 생물학적 기전과 어떻게 연결되며, 장기적으로 여러 노화 관련 질환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Gerotherapeutics 연구의 다음 단계이다.

메트포르민은 대사 조절과 염증을 비롯한 여러 노화 기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Gerotherapeutic 후보로 연구되어 왔다. NAD 전구체는 에너지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중심으로 인간 대상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세놀리틱스는 노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전임상 연구에서 사람 대상 초기 연구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레스베라트롤 역시 대사와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생물학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임상 연구가 이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2023년 당시 Gerotherapeutics는 이미 임상에서 효과가 확립된 중재부터 인간에서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한 새로운 치료 전략까지 서로 다른 단계의 근거가 함께 존재하는 분야였다. 이 학술 성명서는 이러한 중재들을 하나의 Geroscience 틀 안에서 비교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임상 적용을 위한 과제

Geroscience를 실제 임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재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이 과정에서 신뢰성 있게 검증된 생물학적 노화 바이오마커의 부족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한다.

노화를 표적으로 하는 중재는 여러 장기와 질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연령, 신체기능, 노쇠, 다중질환과 주요 임상사건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연구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필요하다.

Gerotherapeutics의 임상적 적용을 위해서는 노화 기전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와 함께 인간에서의 안전성, 적절한 대상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평가변수와 장기적인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Geroscience를 실제 임상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맺으며

본 논문의 큰 의의는 심혈관질환을 Geroscience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노화와 함께 감소하는 생물학적 회복력을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진행, 그리고 새로운 치료 전략과 연결하여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0년간 발전해 온 노화생물학을 심장학의 언어로 해석하고 임상에 연결하려는 시도가 Scientific Statement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화였다.

Geroscience가 기초 노화생물학에서 임상의학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이 논문은 그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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