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mark #4. 단백질 항상성 소실 (Loss of Proteostasis)

단백질의 생성과 접힘, 수리와 제거를 담당하는 세포의 품질관리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이야기

우리 몸의 세포에서는 매 순간 수많은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근육을 움직이고, 신호를 전달하고, 면역을 작동시키는 수많은 생명현상의 중심에는 단백질이 있다.

그러나 단백질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확하게 접혀야 하고, 손상되면 수리되어야 하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면 깨끗하게 제거되어야 한다. 젊은 세포는 이 복잡한 질서를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유지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품질관리 체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노화의 네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균열, 단백질 항상성 소실(Loss of Proteostasis)​에 관한 이야기다.

단백질 항상성 소실(Loss of Proteostasis)

생명은 결국 단백질이 수행하는 거대한 합주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육을 움직이는 단백질, 호르몬과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면역세포를 작동시키는 단백질, 뇌에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유지하는 단백질까지 수많은 단백질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생명이라는 복잡한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 합주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만들어진 단백질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단백질은 올바른 3차원 구조로 접혀야 하고, 필요한 장소로 이동해야 하며, 손상되면 수리되고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면 제거되어야 한다. 세포가 이러한 단백질의 생성과 접힘, 유지와 분해 사이의 균형을 지켜내는 상태를 단백질 항상성(Proteostasis)​이라고 한다.

리보솜의 단백질 생성, 샤페론의 접힘과 재접힘, 유비퀴틴 표지와 프로테아좀 분해, 비정상 단백질 응집을 표현한 파스텔톤 일러스트레이션

젊은 세포는 이 품질관리 시스템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운영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 균형은 조금씩 흔들리고, 잘못 접힌 단백질과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능력도 약해진다. 제거되어야 할 단백질이 세포 안에 남고 이러한 변화가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세포가 유지해온 단백질의 질서도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세포는 단순히 작은 공장이 아니다

세포를 작은 공장에 비유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스스로를 유지하고 수리하는 살아 있는 도시와 닮아 있다. 그 도시 안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새롭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확한 모양으로 접혀야 한다.

이 과정을 돕는 대표적인 단백질이 샤페론(Chaperone)​이다. 샤페론은 새롭게 만들어진 단백질이 올바른 구조를 갖도록 돕고, 잘못 접힌 단백질이 다시 정상적인 형태를 찾을 수 있도록 보조한다. 회복할 수 없는 단백질은 다른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제거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젊은 세포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샤페론을 비롯한 단백질 품질관리 체계가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능력은 점차 약해진다. 그 결과 잘못 접힌 단백질과 단백질 응집체가 늘어나고, 세포 안에는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단백질이 조금씩 쌓이게 된다.

쓰레기가 늘어나는 도시

도시가 깨끗하게 유지되려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큼 오래된 것을 철거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스템도 중요하다. 세포 역시 손상되었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백질을 끊임없이 제거한다.

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체계가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이다. 세포는 제거해야 할 단백질에 유비퀴틴(Ubiquitin)이라는 작은 단백질을 붙여 표지한다. 이 표지를 인식한 프로테아좀(Proteasome)은 해당 단백질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한다. 세포 안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정밀한 폐기와 재활용 과정이다.

이와 함께 세포에는 자가포식(Autophagy)​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품질관리 체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제거 시스템의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면 손상된 단백질과 단백질 응집체가 축적되고, 다시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며 더 많은 스트레스와 손상을 만들어낸다.

알츠하이머병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단백질 항상성의 붕괴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적인 질환 가운데 하나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Aβ)​타우(Tau)​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고 응집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타우는 정상적으로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며, 베타아밀로이드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다. 이들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고 응집하면 신경세포의 기능과 신경회로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병리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는 염증,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혈관 변화 등 여러 기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가운데 단백질 응집은 세포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단백질 품질관리 체계가 무너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노화가 단백질을 망가뜨리는 것일까

노화와 단백질 항상성의 관계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 품질관리 능력이 약해지지만, 반대로 단백질 항상성의 붕괴 역시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노화와 관련된 변화를 촉진한다. 즉, 단백질 항상성 소실은 노화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노화를 움직이는 기전 가운데 하나다.

세포 안에서는 평생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접히며, 잘못된 것은 다시 고쳐지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은 분해된다. 젊음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낡은 것을 정리하고, 손상된 것을 복구하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능력 역시 세포의 젊음을 지탱한다. 이러한 작은 정리가 수없이 반복되면서 세포 안의 질서는 유지된다. 그리고 그 질서를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가는 건강한 노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세포에는 손상된 단백질 몇 개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단백질 응집체와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노후한 세포 소기관까지 통째로 분해하고 다시 재활용하는 더 큰 청소 시스템이 존재한다. 바로 자가포식(Autophagy)​이다.

노화의 다음 이야기는
Hallmark #5. 거대자가포식 기능 저하(Disabled Macroautophagy).
세포가 손상된 단백질과 세포 소기관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거대한 청소 시스템이 느려지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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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흐름: Hallmarks of Aging: 인간은 왜 늙는가? (노화의 12가지 특징)
이전 글: Hallmark #3. 후성유전학적 변형 (Epigenetic Alt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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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The hallmarks of aging. Cell. 2013;153(6):1194-1217. doi:10.1016/j.cell.2013.05.039.
2.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Hallmarks of aging: An expanding universe. Cell. 2023;186(2):243-278. doi:10.1016/j.cell.202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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