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mark #11. 만성 염증 (Chronic Inflammation)

일시적으로 시작된 염증 반응이 나이가 들면서 왜 오래 지속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세포와 조직의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몸속의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을 때

우리 몸은 상처를 입거나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빠르게 염증 반응을 시작한다. 손상된 세포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면역세포는 그 신호를 따라 현장으로 모인다. 혈류가 증가하고 혈관의 투과성이 높아지면서 필요한 면역세포와 여러 방어 물질이 손상된 조직에 도달한다. 우리가 상처 부위에서 경험하는 붉어짐과 열감, 부종과 통증도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 반응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침입한 병원체를 제거하고 손상된 세포와 조직을 정리한 뒤, 다시 회복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염증에는 시작과 진행뿐 아니라 종료와 회복의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필요한 일이 끝나면 염증을 일으키던 신호는 줄어들고, 면역세포도 물러나며, 조직은 원래의 균형으로 돌아간다.

젊은 몸에서는 이러한 전환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불씨가 필요할 때 켜지고, 역할을 마치면 다시 꺼지는 것이다.

노화에 따른 염증 과정의 변화

염증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정교하게 조절되는 과정이다. 면역계는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를 줄이는 동시에 손상된 세포와 잔해를 제거하고, 염증 부위에 모였던 면역세포를 정리하며, 조직이 다시 회복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여러 신호를 조절한다. 이러한 과정을 염증의 해소(resolution)라고 한다. 염증 반응이 충분히 일어난 뒤 적절한 시점에 해소되어야 조직은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 정교한 전환이 조금씩 어려워진다. 손상된 세포와 세포 잔해는 더 많이 생기고, 이를 제거하고 정리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동시에 여러 조직에서 새로운 염증 신호가 계속 만들어진다. 하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도 전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불씨가 생기기 시작하는 셈이다.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 염증노화(Inflammaging)

나이가 들수록 혈액과 여러 조직에서는 낮은 수준의 염증성 신호가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뚜렷한 감염이나 급성 손상이 없어도 IL-6, TNF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비롯한 여러 염증 매개물질이 증가하고, 면역계가 약하게 활성화된 상태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노화(aging)와 함께 나타나는 저강도의 지속적인 만성 염증(inflammation) 상태염증노화(inflammaging)라고 부른다.

염증노화에서는 급성 염증처럼 크고 뚜렷한 불꽃이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염증 신호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세포와 조직의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변화가 다시 새로운 손상과 염증을 만들어낸다.

불씨가 더 자주 생기고 → 불씨를 끄는 과정은 약해지고 → 작은 염증이 오래 남으며 → 남아 있는 염증이 다시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는 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급성 염증 후 면역세포가 손상 세포와 잔해를 제거하여 조직이 회복되는 과정과, 노화세포·손상 미토콘드리아·mtDNA 및 장 장벽 변화가 면역 신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은 불씨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노화한 몸에서는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신호의 출처가 많아진다. 손상된 DNA와 단백질, 기능이 떨어진 미토콘드리아, 제대로 제거되지 못한 세포와 세포 소기관은 세포 안팎에서 위험 신호를 만들어낸다. 우리 몸은 이러한 내부의 손상 신호를 손상연관분자패턴(DAMPs, 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으로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Hallmark가 이 지점에서 다시 만난다. 유전체 불안정성이 쌓이고, 단백질 항상성과 자가포식 기능이 떨어지며,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의 제거가 원활하지 않으면 세포 안에 염증을 자극하는 물질이 축적된다. 노화세포도 중요한 불씨의 하나다. 노화세포는 SASP(senescence-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여러 신호물질을 주변으로 계속 내보내며 조직의 염증 환경을 변화시킨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면역계 자체도 관여한다. 면역세포의 기능과 구성이 달라지고, 장내미생물과 장 장벽의 변화로 미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이 면역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염증노화는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되는 현상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세포 손상과 면역 변화가 오랜 시간 겹쳐 만들어지는 상태에 가깝다.

세포는 손상을 어떻게 염증으로 바꿀까

세포에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염증 반응을 시작하는 여러 경로가 있다. 그 가운데 NF-κB는 염증성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 체계이고, NLRP3 inflammasome은 세포 스트레스와 손상을 감지하여 IL-1β와 같은 강력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촉진한다.

손상된 DNA가 원래 있어야 할 핵을 벗어나 세포질에서 발견될 때에는 cGAS–STING 경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세포 입장에서 세포질의 DNA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심각한 세포 손상을 알리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DNA 역시 이러한 염증 신호에 관여할 수 있다.

이 경로들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DNA 손상,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세포 노화, 자가포식 저하와 같은 변화가 여러 염증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고, 활성화된 염증은 다시 세포 스트레스와 조직 손상을 증가시킨다. 노화의 여러 Hallmark가 하나의 연결망을 이루는 모습이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오래 남은 염증은 다시 노화를 재촉한다

짧은 염증은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만든다. 염증성 신호가 장기간 이어지면 세포가 살아가는 환경도 점차 달라진다.

지속적인 염증은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을 증가시키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단백질 항상성에 부담을 준다.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미세환경에도 영향을 주어 조직의 재생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주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여 다시 SASP와 염증성 신호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연결은 혈관, 근육, 지방조직, 뇌를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염증은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신경퇴행성질환을 비롯한 여러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배경이 된다.

2013년 처음 발표된 Hallmarks of Aging에서는 이러한 염증 변화가 주로 세포 간 의사소통 이상(Altered Intercellular Communication)에 포함되어 다루어졌다. 이후 10년 동안 노화와 면역, 세포 노화, 미토콘드리아 손상, 장내미생물 등에 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분명해졌고, 2023년 개정된 Hallmarks of Aging에서는 만성 염증(Chronic Inflammation)이 하나의 독립된 Hallmark로 자리 잡게 되었다.

염증과 노화가 서로를 밀어 올릴 때

젊은 몸에서도 염증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살아 있는 동안 세포는 손상되고, 외부의 미생물과 만나며, 조직은 작은 상처와 회복을 반복한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필요한 염증 반응이 시작되고, 역할이 끝나면 염증이 해소되면서 조직은 다시 평형을 회복한다.

노화와 함께 손상에서 비롯되는 불씨는 점차 많아진다. 동시에 손상된 것을 제거하고 염증을 해소하는 과정의 효율도 조금씩 떨어진다. 그렇게 남겨진 작은 불씨들은 다시 주변 세포를 자극하고, 새로운 손상과 염증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만성 염증은 앞에서 살펴본 여러 Hallmark의 결과이면서, 다시 다른 Hallmark를 악화시키는 연결점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는 늘어나고, 염증을 해소하고 조직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은 점차 느려진다. 그 결과 오래 남은 염증이 다시 새로운 세포 손상을 만들면서 노화의 순환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 불씨를 만드는 곳은 우리 세포만이 아니다. 우리 몸 안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며 면역계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생태계의 균형이 달라지면 장과 면역계의 관계도 달라지고, 만성 염증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화의 다음 이야기는 Hallmark #12. 장내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우리 안에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의 생태계가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달라지고, 그 변화가 면역과 대사, 염증을 통해 몸 전체의 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전체 흐름: Hallmarks of Aging: 인간은 왜 늙는가? (노화의 12가지 특징)
이전 글: Hallmark #10. 세포 간 의사소통 이상 (Altered Intercellular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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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Hallmarks of aging: An expanding universe. Cell. 2023;186(2):243-278. doi:10.1016/j.cell.2022.11.001.
2.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The hallmarks of aging. Cell. 2013;153(6):1194-1217. doi:10.1016/j.cell.2013.0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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