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Geroscience to Precision Geromedicine
2013년, 노화를 설명하는 아홉 가지 Hallmark가 처음 제시된 이후 노화과학은 빠르게 확장되어 왔다. DNA 손상과 텔로미어 단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후성유전 변화, 단백질 항상성, 영양 감지, 미토콘드리아, 세포 노화와 줄기세포, 그리고 세포 사이의 신호에 이르기까지 점차 넓어졌다.
그리고 10년 뒤인 2023년, Hallmarks of Aging: An Expanding Universe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아홉 가지 Hallmark에 거대자가포식 기능 저하 (Disabled Macroautophagy), 만성 염증 (Chronic Inflammation), 장내미생물 불균형 (Dysbiosis)을 더해 열두 가지 Hallmark로 노화의 지도를 확장했다.
지난 열두 편에서 살펴본 것은 바로 이 지도였다. 그러나 노화과학의 질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노화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마다 서로 다른 노화의 속도와 경로를 어떻게 측정하고 예측하며 관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밀 노화의학으로
2025년 4월, Kroemer, López-Otín을 비롯한 노화 연구자들은 Cell에 From Geroscience to Precision Geromedicine: Understanding and Managing Aging을 발표했다.
이 논문이 바라보는 노화는 하나의 정해진 경로를 따라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다. 유전적 특성과 분자적 변화뿐 아니라 생활습관, 환경적 노출, 심리사회적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노화 궤적 (aging trajectory)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유전체와 다양한 오믹스 (omics) 정보, 노화 시계 (aging clocks), 임상 지표와 디지털 바이오마커, 생활환경과 심리사회적 정보까지 함께 바라보려는 접근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노화 상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향후에는 각 사람에게 적합한 예방과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정밀 노화의학 (Precision Geromedicine)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아직 많은 노화 중재가 임상시험과 규제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노화과학의 질문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노화는 왜 일어나는가에서,
한 사람의 노화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로.

세포를 넘어 세포외 기질과 관계로
2025년 Cell 논문에서는 노화를 바라보는 지도에도 두 가지 새로운 Hallmark가 더해졌다.
#13. 세포외 기질 변화 (Extracellular Matrix Alterations)는 세포를 둘러싸고 조직의 구조와 물리적 환경을 유지하는 세포외 기질 (extracellular matrix, ECM)의 변화에 주목한다. 나이가 들면서 ECM의 구성과 점탄성, 세포와의 상호작용이 달라지고, 이러한 변화는 조직의 기능뿐 아니라 세포 노화, 줄기세포 기능, 미토콘드리아 항상성과도 연결된다.
#14. 심리사회적 고립 (Psychosocial Isolation)은 노화의 경계를 세포와 조직 밖으로 더욱 넓혔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환경 역시 생물학적 노화의 궤적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이로써 2013년 아홉 가지로 시작했던 Hallmarks of Aging은 2023년 열두 가지를 거쳐, 2025년에는 열네 가지로 확장되었다.
사회적 환경도 노화의 일부가 되다
같은 해 10월, López-Otín과 Kroemer는 Geromedicine 창간호에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를 발표하며 이 관점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14의 명칭을 심리사회적 고립과 정신 질환 (Psychosocial Isolation and Mental Illness)으로 넓혀 제시했다. 또한 사회경제적 환경, 사회적 통합, 생애 초기의 경험을 비롯한 사회적 결정 요인이 분자적·세포적 노화 과정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았다.
세포 안에서 시작했던 노화의 지도에 조직의 물리적 환경이 들어오고, 이제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와 관계, 심리적 경험까지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노화의 지도에서 한 사람의 노화로
2013년의 Hallmarks는 노화를 이루는 핵심 생물학적 기전을 보여주었다. 2023년에는 그 지도가 더욱 넓어졌고, 2025년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연구의 초점이 노화를 이루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에서, 그 요소들이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조합되어 서로 다른 노화의 궤적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도 같은 속도로 늙지 않는다. 유전적 배경도 다르고, 대사와 면역 상태도 다르며, 살아온 환경과 생활습관, 사회적 관계 역시 다르다. 정밀 노화 의학은 바로 이 차이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노화의 지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생명은 세포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는 조직 안에서 살아가고, 조직은 하나의 몸을 이루며, 그 몸은 다시 환경과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2013년 아홉 개의 Hallmark에서 출발한 노화과학은 2023년 열두 개의 Hallmark를 거쳐, 이제 한 사람의 생물학과 삶 전체를 바라보는 정밀 노화 의학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그 확장된 지도의 끝에서 두 개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노화의 다음 이야기는 Hallmark #13. 세포외 기질 변화 (Extracellular Matrix Alterations).
세포를 둘러싸고 조직의 형태와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세포외 기질이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그 변화가 다시 세포와 조직의 노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전체 흐름: Hallmarks of Aging: 인간은 왜 늙는가? (노화의 12가지 특징)
• 이전 글: 하나의 생명, 열두 개의 이야기: 노화과학이라는 오케스트라
• 다음 글: Hallmark #13. 세포외 기질 변화 (Extracellular Matrix Alterations).
참고문헌
1.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The hallmarks of aging. Cell. 2013;153(6):1194-1217. doi:10.1016/j.cell.2013.05.039.
2. López-Otín C, Blasco MA, Partridge L, Serrano M, Kroemer G. Hallmarks of aging: An expanding universe. Cell. 2023;186(2):243-278. doi:10.1016/j.cell.2022.11.001.
3. Kroemer G, López-Otín C, Madeo F, de Cabo R. From geroscience to precision geromedicine: Understanding and managing aging. Cell. 2025;188(8):2043-2062. doi:10.1016/j.cell.2025.03.011.
4. López-Otín C, Kroemer G. Hallmarks of aging: Integrating molecular and social determinants. Geromedicine. 2025;1:7. doi:10.70401/GEROMEDICINE.2025.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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